일본찍고 쿤과 다다다 :: 일본의 도로법을 바꾼 맹도견 한 마리

지난 5월 12일에 일본의 도로표지판에 대해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도로표지판을 지지하는 일부의 봉이 휘어져있는데, 그 이유는 일본의 도로가 좁아서 지나가는 차량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였습니다.


그 글을 보시고 '크....'님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보행자 통로는 잘 되어 있다'는 의견을 듣고 생각을 해 보니, 일본의 도로는 시골길까지 보행자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포털사이트인 yahoo japan 을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맹도견(盲導犬:안내견)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맹도견 한 마리로 인해서 일본의 도로법이 바뀌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일본의 도로법을 바뀌어 놓은 맹도견 이야기와 그 맹도견에 의해 일본의 도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들려드리려 합니다.


일본인들의 마음을 울린 맹도견, 사브.

맹도견 사브는 1977년 4월 8일에 태어났습니다. 일본의 나고야에서 훈련을 받은 뒤, 맛사지 치료를 하는 남성에게 인도되어, 그의 눈이 되었습니다.

1982년 1월 25일...
일본 기부현에 있는 156호 국도(보행자 도로 없었음)에서 사브는 주인을 안내하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에는 눈이 내렸는데, 길을 가고 있는 사브와 그의 주인에게로 승용차 한 대가 달려들었습니다.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사람은 경찰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밤길이어서 시야가 좁았고, 눈까지 내리고 있어서, 저속주행으로 안전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커브길에 접어들었을 때, 차량이 미끄러져서 통제가 안 됐는데, 미끄러지는 그 앞에는 맹도견과 그의 주인이 있었습니다. 영락없이 그 둘을 칠 상황이었죠. 그런데, 맹도견이 주인을 벽으로 밀치더니, 차량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사브와의 충돌로 차량의 앞 유리는 심하게 훼손되었고, 사브도 중상을 입었지만, 그의 주인은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사브는 정밀검사에서 왼쪽 앞다리에 신경절단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것이 발견되어, 수의사들은 사브를 안락사 시킬 것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안락사를 시키지 않았고, 최선의 선택으로 왼쪽 앞 다리의 절단을 강행했습니다. 이후, 사브는 세발 다리의 맹도견으로 주인의 곁을 지켰고, 그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일본인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합니다.

                                                                            세발 다리의 맹도견 사브
 

사브의 모습에 국회가 움직이고, 일본의 도로법이 바뀌었다.

맹도견 사브의 모습은 당시(20년전) 일본사회에 커다란 화제였다고 합니다. 한 마리의 개였지만 재해보험의 혜택까지 받았습니다. 왼쪽 앞 다리를 잃었지만 맹도견의 역할을 하는 모습에 일본의 국회도 도로법 개정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도로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할 수 있는 이전 법령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법령 개정 이후의 내용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정리되더군요.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드라이브 웨이를 제외한 2차선(왕복, 또는 편도) 이상의 도로에서는 폭 2m 이상의 보행자 도로를 설치한다. 차량 도로 옆에 보행자 도로 설치가 불가능 할 경우에는 우회의 보행자 도로를 설치한다.
2차선 이상의 도로에서 보행자 도로 설치에 필요한 2m 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가드레일을 설치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다.

즉, 차선이 두개 이상인 도로에서는 보행자 도로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일본의 도로 모습

대도시의 도로에는 인도가 설치되어 있지만, 한적한 시골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위의 법안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길을 발견했습니다.(사실은 근처에 있습니다.^^)

① 상행시의 모습(언덕을 올라갈 때)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1차선의 도로가 2차선으로 바뀝니다. 2차선이 시작되면서 인도도 시작되는 것이 보이시죠? 아래에는 동영상입니다. (촬영 : 다다다)


하행시의 모습(언덕을 내려갈 때)

처음에는 1차선 도로가 2차선으로 바뀔 때 가드레일이 보이면서 오른쪽으로 보행자 도로가 나타납니다. 어느 정도 달리다가 2차선 도로가 끝날 때 쯤 보행자 도로도 끝이 나고, 1차선으로 바뀌면서 보행자 도로도 사라집니다. 아래에 동영상입니다. (촬영 : 다다다)



 

보행자 도로를 우회시킨 모습


도로를 달리다 보면, 위에 있는 사진과 같은 곳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로를 내기 위해서 산을 깎고, 산사태를 막기위해 도로의 양 옆을 돌로 쌓아 놓은 모습입니다. 이러한 도로에 보행자 도로는 어떻게 만들까요..?? 아래의 사진을 보시죠~

빨간색 화살표의 방향이 보행자 도로입니다. 차도를 따라 보행자 도로를 만들었지만, 산을 깎은 지역에서는 우회를 시켜서 조그만한 산을 넘도록 하였습니다.


보행자 도로가 없어졌다?


왼쪽에 있는 보행자 도로를 걷다보니, 길이 막혀있습니다. 하지만, 보행자 도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집니다.



글을 마치며...
일본의 도로를 보고 있자니,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많았습니다. 근 10년 정도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95% 이상은 보행자 도로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대도시의 보행자 도로까지 합친다면, 그 수치는 더욱 올라 갈 것입니다. 법령이 제정되고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100%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100% 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인정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 느껴집니다. 맹도견 사브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감동이 들더군요..
지난 5월 초에 한국에 들어가서 시골 길을 운전하다 보니, 왕복 2차선 이상 도로에 보행자 도로가 없는 길이 많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손수레를 밀며 차도를 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에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웰빙 바람이 불면서 강가에 보행자 전용 도로를 만들기고 합니다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맹도견 사브 이야기를 거울 삼아, 우리나라 지방에도 보행자 도로를 늘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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