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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사는법

바쁜 일본 생활의 활력소는 즐겁고 엉뚱한 상상

요즘 다다다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하나 있다.
"바쁘다 바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르겠어."
라는 말이다.(쿤왈: 열 개면 남아돌지~)
뭐가 바쁜지도 모르겠고,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으니 나오는 말이다. 
도대체 내가 시간을 보내는 건지 시간이 나를 보내는 건지 모를 정도이다.

그러다 급기야 일을 내고 말았다.
지난 주 금요일, 은행 인증서와 연구 자료가 든 USB와 집/연구실 열쇠가 달린 열쇠 뭉치를 어딘가 흘리고 만 것이다. 그 날은 아침 7시 30분에 집을 출발하여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다른 과 교수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어 강의를 한 판 뛰고 나서 집에 오니 오후 5시였다. 집에 들러서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한국에서 사 온 과자를 가지고 한국어 개인 레슨을 하러 나가려고 했는데,,, 그 때서야 집 열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바로 레슨을 하러 전철에 오르긴 했지만, 머릿 속은 온통 열쇠 뿐이었다. 처음에는 "어디다 흘렸을까?" 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지만, 점차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걸까?" 라는 자괴감에 기분이 우울해졌다. 단순히,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떠나, 나의 일본 생활의 대한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골덴위크의 달콤한 휴식의 여운이 식기도 전에 나는 나는 왜 그토록 발버둥치는 가에 대한 내 인생 돌아보기였다. 한 3박 4일 조금 고민했던 것 같다. (어제 학교에서 열쇠 뭉치 찾았어요. 이히히히히) 

                                                                               가출했다가 돌아온 나의 열쇠 꾸러미

의문을 제기해 본들, 내가 원하는 일이고, 내가 원하는 공부 아닌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것이고, 즐겨야 한다면 긍정적 마인드는 필수이다.

그러다 내 머리를 스치고 가는 하나가 있었다.
머털도사!! 머털이!! 그래 바로 이거야. 


그렇게 다다다의 엉뚱한 상상이 시작되었다.
내게 만일 머털이처럼 머리털 도술이 가능하다면,

머리털 하나 뽑아 왕복 4시간, 일주일에 세 번이나 가는 학교에 보내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이웃 블로그 글을 여유롭게 읽고 싶다.(쿤 왈: iPad 하나 사 줄까? 대답은 안해도 돼! -.-)
아침잠이 많은 다다다, 늦잠 실컷 자고 싶을 땐 머리털 하나 뽑아 쿤 아침 준비를 시키고 싶다.(쿤 왈: 내가 아침을 굶을게~)
장학생 모임과, 개인 레슨이 겹치는 날엔 머리털 하나 뽑아 대신 레슨 하러 보내고 싶다.(쿤 왈: 나도 한국어 지존 강사..나 어때? ㅋㅋ)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그리워질 때면 머리털 하나 뽑아 일본에 다다다 만들어 두고 한국에 홀연히 다녀오고 싶다.(쿤 왈: 그럼 난 머리털이랑 있는 거네..)

머리털 하나 뽑아 일하고 돌아온 다다다 대신 저녁밥을 만들게 하고...
머리털 하나 뽑아 대청소도 좀 시키고..
머리털 하나 뽑아 장도 좀 보게 하고..
머리털 하나 뽑아 은행도 좀 가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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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즐거운 나머지 흥이 난 다다다는 멈출 줄을 모르며 글을 쓰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쿤이 한 마디한다...

머리털 다~~~~ 뽑고 없다고, 내꺼 뽑자는 말만 하지 말어~ (T,T)

 대머리가 된 다다다를 바라보는 쿤 (즐거운 상상도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
(캐릭터 제공 - 차가운 도시 남자 님)

훔~! 역시 공짜는 없어. (게다가 소중한 내 인생을 머리털과 바꿀 순 없지..<--상상하고 교훈만들고..북치고 장구치고..)

세상에는 약 70억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오늘의 24시간을 살고 있다.
나 역시 똑같은 24시간을 할당받는다. 그 중 4시간을 등하교에 투자하고, 4시간 정도를 학교 생활에 투자한다. 방과 후에 하는 한국어 강의에 약 4~5시간을 투자하고, 주부로서 약 2~3시간을 살림에 투자한다. 저녁에 공부를 하거나, 블로그 생활에 4~5시간 정도를 투자(일이 많을 땐 블로그 시간은 제로다)하고, 남은 4~5시간 잠을 잔다. 

누군가가 그랬다. 오늘의 하루는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갈망했던 하루라고..
하루를 산다는 것은 사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는 일 없이 바쁜 다다다..!!! 이러한 의미를 되뇌이며, 오늘도 다다다다다다다다~~ 열심히 뛰어 댕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