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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영어를 못해도 살만한 나라, 일본

한국인에게 있어서 평생을 따라다니는 시험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토익(toeic)이라고 할 것입니다. 대학입학의 벽을 넘으면, 취업이라는 또 다른 산이 있기에 대학생들은 토익 점수를 올리고자 영어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해서는 승진과 해외파견 근무를 위해 영어공부를 하며, 그 시험 역시 토익인 경우가 많습니다. 토익은 정말 한국인에게 있어서 그림자 같은 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일본에서의 토익은 어떨까요?
일본인이 보는 영어시험은 토익과 일본인만의 영어시험인 영어검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는 영어검정을 많이 보는 편이고, 대학에 들어서면서 토익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토익응시자 수 비교          ( 자료발췌 : ETS )


                                                                                             한국과 일본의 토익 응시자 수


한국과 일본의 각 연도별 토익응시자 수는 한국이 앞도적으로 많습니다. 한국에서의 실시하는 연간 토익시험 횟수가 일본보다 많다는 것도 있습니다.(2009년 기준, 한국 12회, 일본 8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말이 되겠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의 토익시험 응시자가 포화가 되어 일본으로 원정 토익시험을 보러 온다는 말이 있더군요.
<관련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214&aid=0000037006>
결국 일본의 토익 응시자에는 한국인이 포함되어 있으니, 한일 양국민의 토익응시자 수는 더 벌어진다는 말이 됩니다.


일본과 한국의 토익점수 분포비교 <2009년 공개시험 기준>          ( 자료발췌 : ETS )


                                                한국의 토익점수분포                                                                                    일본의 토익점수분포

한국에서의 토익 점수분포와 일본에서의 점수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605~650 점의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에서는 545~595 점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평균을 확인해 보니, 한국 647점과 일본 581점이었습니다. 토익 평균점수에서 66점의 차이가 납니다. 66점이면 큰 건가요? 작은 건가요??
한국에서 시험을 보는 사람이 모두 한국인이라 가정한다면, 한국인은 일본인들보다 토익 점수가 높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한국학생들이 그 만큼 많이 준비를 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850점 이상의 고득점자의 비율도 한국은 응시자의 9%대 이고, 일본은 응시자의 3%대 입니다.


일본에서 통했다고 하는 나의 토익점수는??

쿤은 태어나서 30년 넘게 살면서 토익 시험을 딱 한번 봤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약 10년전),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무료 토익시험을 실시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식 공개시험이 아닌 IP 테스트 였죠.. 무료라고 했던 것도 있고, 한국에서 토익 바람이 불던 시절이었던지라 겸사겸사해서 보았답니다.

그런데,,,, 쿤은 토익의 시험구성과 형식을 몰랐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토익책을 펼쳐보니, 그림도 보이고, 대화도 나오고, 광고형식의 지문도 보이더군요.. 아~ 이런게 토익이구나.. 그냥 봐도 800 점은 맞겠네~~
일본에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영어권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일본어 보다 짧은 영어가 먼저 튀어나와서 영어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다고 할까요??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냥 봐도 800점이라는 말은 지금 제가 생각해봐도 피아노 건반의 '미'친거라 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죠...

아뭏튼, 그렇게 해서 본 토익점수는...605 점이었습니다. 100점만점에 60점이라는 말이죠.. 자신만만했던 800점은 어디갔는지 없고, 허탈한 성적표는 바~로 휴지통으로 가 버렸습니다. 이후로 토익은 물론이고 토플도 안 봤습니다. 물론 토익과 토플공부도 안 했답니다. 공부하면 오르는 것이 토익점수라 하지만, 저는 공인 토익점수가 없습니다. 필요가 없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일본에서 대학원을 나와서 일본에서 취업을 하는데 토익점수를 제시하라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면접을 보는데, 자격증이나 어학시험 점수 같은거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면접관 : 쿤님은 자격증이나 일본어 점수 이외에 다른 어학시험 점수있나요?
   쿤     : 그게... IP 테스트의 토익 점수가 있는데요, 너~무 점수가 안 좋아서 못 적었습니다.

면접관 : ㅎㅎㅎ 그래요? 몇점이나 받았는데요?
   쿤     : 605점요..
면접관 : 605점? ㅎㅎ 공부도 안하고 그 정도면, 준수하구만...(서류에 적음)

그렇게 들어온 회사에서 지금은 영어에 익숙해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갖 자료가 영어이고, 메일이나 보고서를 다 영어로 씁니다. 글로벌 기업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영문법요? 물론 많이 틀립니다. 하지만, 한국인조차 잘못된 한국어를 쓰곤 하는데, 사소한 영문법 틀렸다고 핀잔주는 사람없습니다. 문법에서 벗어난 문장은 문법이 틀렸다가 아니라 그 사람의 습관으로 봅니다. 

남편의 해외파견 근무에 가족이 따라갔던 가족이 한국으로 귀국을 할 경우, 한국은 자녀들은 해외에 놓고 오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모~든 가족이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국제화 시대에 맞춰 자녀를 키우는데, 일본인은 국제화에 뒤떨어진다고 미국 기자가 핀잔을 줬더니, 일본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왜 우리가 영어를 배우면서 국제화를 해야하냐.. 국제화에 일본인이 필요하다면, 너네가 일본어를 배워라" 
하지만, 요즘은 일본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 시대를 너무 못 좇아간다. " 는 자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런 뒤쳐짐 덕분에... 아직 일본은 영어를 못해도 살만한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