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사람이 살고 있는데도 지도에서 사라질 일본의 어느 마을

3월 11일의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5주가 지났습니다.
일본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원전 방사선의 어수선함과 복구작업의 활발함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문제는 이렇다할 해결책이 없어보이지만, 복구작업은 민단이 하나 되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피해상황이 워낙에 심각하다보니, 복구작업의 끝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일본에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한 곳이 많습니다. 쓰나미의 피해로 마을 자체가 사라져버린 곳이 있는가 하면, 쓰나미의 피해는 없었지만 지반침하로 인해 존패위기에 놓여있는 곳도 있습니다.
오늘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도, 일본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일본의 어느 마을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도 : 구글발췌

빨간색 동그라미가 오늘 이야기 할  마을이 있는 곳입니다. 그 마을은 일본 동북부 지방의 仙台(센다이) 근처에 있는 石巻(이시마키)시에 있으며, 이번 지진에도 쓰나미의 피해가 없었던 곳이라서 지금도 인구 수천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사히 티비 뉴스 영상 발췌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을은 위 지도에 있는 塩富(시오토미)지역입니다.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塩富지역은 바다와 접해있는 지역으로 표고차가 없는 일반 평지 지역입니다. 3월 11일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70cm 의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한 곳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후에도 강력한 여진이 발생하면서 지반침하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답니다. 더욱 큰 문제는 M7.0 전후의 강한 여진이 앞으로 1년안에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라 지반침하는 더더욱 심해질 거라는 것입니다.

 

문제 마을의 피해상황


먼저 마을의 피해상황의 사진을 몇장 올려봅니다. 이하 모든 사진은 아사히tv 뉴스방송 보도스테이션의 영상을 사진촬영했습니다.

지진의 피해로 일부 가옥이 무너지기는 했으나, 쓰나미의 피해가 없었던 마을의 모습니다. 4월 14일에 소개된 사진으로 수천여명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조(밀물)일 때에는 으례~ 바닷물이 밀려들어 30cm 이내의 침수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가는 걸까요?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의 주차장 사진입니다. 만조일 때에는 바닷물이 현관앞까지 올라와서 차량을 무리하게 뒤쪽으로 옮겨서 주차를 한다고 합니다.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일 때에는 지진 발생 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일반도로에 돌출해 있는 맨홀의 모습입니다. 지반침하 현상으로 어림잡아 50cm 정도는 튀어 나와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만조로 인해서 바닷물까지 유입되어 있습니다.

수심이 얕다고는 하지만, 바닷물이 도로 전체를 덮고 있다보니, 연못이나 작은 호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간조 때가 되면, 바닷물은 빠져나가고 도로는 지진 발생 이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데, 왜 지도에서 사라져야 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도를 제작할 때 해안선의 기준은 바닷물의 만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은 만조가 되면 그 모습을 감추기 때문에 지도상에 표시되지 않듯이, 塩富(시오토미)지역도 같은 이유에서 지도상에서 사라질 할 위기에 놓였다고 합니다. 제방을 쌓아서 바닷물의 유입을 막고 싶어도, 하수시설을 통한 역류 문제 때문에 제방을 쌓아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 합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지도가 제작된다면, 塩富(시오토미)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상황이 됩니다. 해상마을이 된다는 말이겠죠.

지진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형적 변화를 시작으로 다수의 인명과 재산피해, 그리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도 바뀌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버리고, 수백km 떨어진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원전의 대피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塩富(시오토미)지역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금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아니, 이주해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직장, 학교, 집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 만큼 다른 곳으로의 이주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은 지도상에 나와있나요?'라는 질문에 거의 100%의 사람들이 '당연히 나와있죠'라고 말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塩富(시오토미)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당연함을 당연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답니다. 당연함을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 또한 작은 감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