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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사는법

스시집에서 일본 친구를 놀라게 한 한국인 부부

쿤과 다다다는 일주일에 한 두번(많을 때는 2~3번) 정도 외식을 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단골집에 가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어서 간다기 보다는, 밥하기가 귀찮아서, 일이 바빠서,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간다고 해도 갈 만한 곳이 뻔해서 3~5군데를 빙빙 도는 경우가 많지요.

그 중에 한 곳이 '회전스시집' 입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일 년에 한 두번 먹을까 말까였는데, 이 곳에 오니 1~2주에 한번은 꼭 가는 것 같습니다. 먹거리 비싼 이곳에서는 그나마 저렴한 먹거리(고급 스시는 비싸요)고, 또 먹다보니 중독성이 있어서 한동안 안 가면 가고 싶어지는 묘한 곳이기도 하더군요.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일본 친구 2명과 함께 스시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쿤도 그렇고 자주 가는 곳이었던지라, 둘 다 나름대로 먹는 스타일이 있답니다. 으례 처음에는 이걸 먹고, 나중에는 이걸 먹고... 먹는 순서와 좋아하는 스시의 종류도 한정되어 있지요. 둘이서 먹을 때는 원래 그러니까~ 라는 생각에 의식 못했던 것들이었고 자연스러운 외식 분위기였는데.....일본 친구들이 끼니까 우리를 객관화(?)해서 보게 되더군요. 

일본 친구는 1~2주에 한번 스시집에 가는 것부터가 좀 의아했다고 합니다. 이유인 즉슨, 우리 쿤이 생선을 아주 싫어라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쿤은, 기본적으로 먹고 싶은 생선이 아예 없다는 사람입니다. 평생 생선을 안 먹고도 살 수 있다는군요(고기와 야채를 좋아합니다). 가끔 회사 회식 자리에 가서 생선 밖에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한 젓가락 뜨긴 한다는데, 참치, 광어 한 점이거나, 튀긴 생선 조금 뜯어먹는 정도로 끝내고 집에 와서 밥 긁어먹거나 사발면 먹는 답니다. (쿤은 회식 때도 자발적으로 장소를 알아보면서 같은 팀 직원 40명을 대동하고 한식을 먹으러 간답니다.) 그런 쿤이 스시집에 간다??
익히 이런 쿤을 알고 있었던 일본 친구들은 스시집에서 쿤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세 아~ 하고 납득을 했다고 하네요.

                                                                                               쿤이 스시집에서 먹는 메뉴들

우선 우리 쿤은 스시집에 가면 스시는 거들떠도 안 보고 우동을 하나 시킵니다.
그리고, 소양념갈비스시를 한 3접시(스시 6개)쯤 주문합니다.
우동을 추가로 하나 더 시킵니다.  ( <--- 여기서 일본 친구들 깜놀..스시집에서 우동 둘 ?? )
그 뒤에는 소양념갈비스시를 추가로 시키거나, 콘스시, 계란스시를 먹습니다.

일본 친구들은 생선을 싫어라해도 스시집에 오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쿤 먹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들을 보며 쿤이 한마디 합니다.

"야, 남 먹는거 쳐다보지 말고 먹어. 그리고, 생선을 싫어한다고 해서 스시집에 안 갈거라는 편견을 버려!!"

그런데, 일본 친구들이 더 놀란 것은 쿤이 아니라 바로 저 다다다였다고 하네요.
긴 설명 필요없이 바로 증거 사진 올립니다.


눈치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저 다다다는 새우스시만 먹는답니다. ㅋㅋ
새우스시, 왕새우스시, 구운 새우스시… 새우스시 군단들만 주문해서 먹지요.
가끔은 게다리스시를 먹기도 하지만...생선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뭘 먹어도 새우스시만 못하기 때문에 이것 저것 먹어본 끝에 생긴 습관이자 고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른 모임에서 나오는 스시는 주는대로 다 먹지만, 이상하게 회전 스시집에 가면 새우만 먹게 되네요.

한번은 쿤이 회식이 있어서 늦게 온다고 하길래, 포장 스시를 사러 간 적이 있답니다. 새우 스시만 8~9접시인가 주문했더니, 정말 이대로 괜찮겠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던 점원 아가씨..ㅋㅋ 집에 가서 두껑을 열고는 다다다도 보고 놀란 새우 스시 군단들...혼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좋은 걸 어쩌리..

게다가 한 때는 우리 쿤도 새우만 정신없이 먹는 다다다를 보고 깜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답니다.

"세상의 새우의 반은 네가 다 먹는구나~!" 

저 말을 할 때의 쿤의 표정은 마치 '다다다=괴물'을 보듯 했다지요.
그러니 일본 친구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친구들은 회전 스시집에 있는 화려한 메뉴판을 우리 부부가 무색하게 한다고 했지만, 어찌보면 스시집의 전략이 성공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함께 올 수 있는 스시집!! ㅋㅋ

                                                                                         메뉴가 이렇게 많으면 모혀?? 우리가 먹는 건...^^;;;

그나마 요즘엔 방사능 때문에 생선 먹는 것도 주춤하게 되어서, 우리 부부는 한 달째 스시를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일본사람들은 개의치 않는지, 저녁식사 시간대의 스시집은 만원입니다. 먹어도 되는 건가~??). 방사능 때문에 생선 못 먹는다고 했더니, 일본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어~이~ 쿤다다다씨.. 말은 바로 해야지. 새우랑 소갈비는 생선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