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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방사능 비에 민감한 한국인과 답답한 일본인



어제(04/08)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선 성분이 일본 남부 바다를 돌아서 한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까지 내렸습니다. 한국에도 내렸고, 일본에도 내렸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비는 방사선 성분이 포함된 비라 합니다.

                                                                                             

방사능에 민감한 한국인


그런데, 한국의 인터넷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 또 한번 난리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상청의 거짓말과 정치인의 무책임한 말을 질타하는 글이 눈에 띄더군요. 자녀들이 방사능 비에 맞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청원으로 초등학교는 재량 휴교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04/08) 하루 만큼은 외출을 자제하겠다는 말도 있었고, 마스크를 꼭 하고 나가야 된다는 글도 있었습니다.(비오는데 마스크가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일반인이 언제부터 방사능에 민감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니, 방사선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번처럼 피부에 와 닿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배경에는 한국의 앞서가는 언론(?)의 힘이 큽니다. 추측성 보도가 한 두사람을 거치면서 와전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듣은 저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거든요..

(와전의 흐름)
기사 : "일본 방사선 남풍 타고 한반도 유입, 방사선 대재앙 오나?"
독자 : (친구 1에게) 야~ 일본 방사선 한국 온대. 그래서, 이젠 한국도 끝장난대~
친구1 : (친구 2에게) 일본 방사선으로 한국 사람도 죽을거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그 어떤 방사선 전문가가 나와서 일본 원전 방사선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0 에 가깝다고 말을 해도 "쇠 귀에 경 읽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각 지방에서 극미량의 방사선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보도 하나면, 그 지역은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으로 낙인 찍히는 듯한 인상을 받곤 합니다. 결국, 언론의 보도 하나가 한국인의 방사선 민감증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사능에 둔하다 못해 답답한 일본인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데, 직장 동료가 한국의 재량휴교를 신기하게만 생각합니다. 방사선이 일본 남부를 지나, 큐슈를 통과해서 한국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뉴스에서 봤는데, 그렇다고 휴교까지야~~ 하는 반응입니다. 엄살이라는 것이죠. 한국의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간다면, 도쿄에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일본의 학교는 폐교해야하는 거 아니냐며 웃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동료는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방사능이 무지 신경쓰이는데, 방사능 걱정 안 되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멀리 떨어져 있고, 이곳까지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괜찮다고 합니다. 게다가 방사선 수치를 확인해 봐도 평소수준에서 변함이 없기에 걱정없다고 생각한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극미량의 양이 하루 이틀 모이다 보면, 심각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쿤의 말에,, 걱정을 하다보면 그 스트레스로 일찍 죽을 것 같다고 하네요.. 하긴, 다른 일본인들의 생활을 봐도 지진 전후의 생활에 큰 변함이 없고, 동경에 있는 친구들도 불안해 하는 사람은 외국인 뿐인 것 같다고 합니다.
원전 사고는 일본에서 일어났고, 그 원전에 가까이 사는 사람 또한 일본인들인데, 일본인들의 반응이 덤덤한 것을 보면, 둔한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구별이 안 되어서 답답하게 보입니다.

 

한국인이 꼭 확인해야 할 방사선 수치


그 누가 강조하지 않아도 방사능은 무섭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 또한 나지 않지만, 인류에게 상상할 수 없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 또한 맞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원전 방사선 문제가 대두되면서, 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하는 단어 또한 "방사능 수치"입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방사선 수치 자료를 확인하고 행동하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찌라시 급(級)의 기사를 읽는 것 보다 100배, 1000배는 낫다고 봅니다.

                                                               한일 양국의 실시간 방사선 수치 : http://www.stubbytour.com/nuc/

평소의 방사선 수치를 확인하고, 변화가 있는 날은 되도록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겠죠.. 방사선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중국의 황사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옷을 털고 몸을 씻는 등,, 조금의 관심만으로 지금의 과민반응은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방사능에 대한 반응은 정말 다릅니다. 언론 플레이에 사로잡혀, 우왕좌왕 하면서 대처없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인도 문제지만, 강건너 불구경하 듯 너무나도 무덤덤한 일본인도 답답합니다. 기분 같아서는 양쪽 국민의 성격을 절반씩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불가능한 일입니다.
언론의 반응도 한국과 일본은 확연히 다릅니다. 특종과 히트성을 노리며 소설을 쓰는 한국 언론도 문제지만, 일본 국민의 알 권리를 거부하는 듯한 보도를 하는 일본 언론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 보다 약 2~3배 높은 자연 방사선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일본보다 자연방사능이 높은 곳이라는 것을 알면, 지금의 일본 방사능은 지나치게 반응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니, 상황과 추측은 있지만, 해결책이 없는 보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방사선 글 : [일본생활/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 일본의 방사선 공포. 그런데 뜻밖의 한국

옛말에 "이독공독(以毒攻毒)" 이라 했습니다. 즉, 독으로써 또 다른 독을 다스린다는 말로, 적당한 독은 약이라는 말이 됩니다. 어쩌면 자연방사선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언론 보도에 얽메여서 생활의 자유를 빼앗기지 마시고, 위에 알려드린 방사능 수치를 하루 두번 정도 확인하시면서 조금의 관심과 적당한 대응을 하시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요?


<덧붙임>
외출을 하고 돌아와보니,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게중에는 엉뚱한 곳에 촛점을 맞추고, 흥분하는 댓글도 보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대책없이 흥분하고, 인터넷 상에서 왈가불가 하는 것으로 방사능 문제가 해결될까요? 지금의 상황은 엎질러진 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니 잘못이네~ 내 잘못이네~ 하면서 왈가불가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 가족 역시 거의 대부분 한국에 있습니다. 그런 가족들에게 제가 하는 말은 언론에 현혹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이렇게 이렇게 행동하라고 행동수칙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물론 방사능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지요.. 입으로 하는 민감한 반응과 행동으로 차분히 실천하는 반응...!! 어느게 현명한 것인지는 읽는 분의 판단에 마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