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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유학 장학금의 실과 허

3월 25일에 희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다다다의 장학금 소식입니다.
작년에는 학교 장학금만 노렸는데, 남편의 수입이 일정치를 넘었던 관계로 모~든 장학금 심사에서 추풍낙옆처럼 낙방을 했답니다. 게다가, 유학생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학비감면 조차도 안 되었더랬죠. 그런데, 올해는 개별응모 장학금에 발빠르게 움직여서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장학금을 결정지었답니다. 올해는 돈 걱정 안하고 학교 다니게 된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쿤의 일본유학기, 오늘은 일본유학에 있어서 장학금 에피소드를 전하려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장학금은 어디까지나 사비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이야기입니다. (국비 장학생이나, 기업체 위탁 장학생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일본에는 얼마나 많은 유학생 장학금이 있을까 ? 

다다다가 학교에 공지된 2011년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 모집 공고를 사진으로 찍어왔습니다. 종류가 많아서 금액만 추려봤습니다.


다다다가 찍어온 2011년 장학금 금액 현황

장학금 금액을 보면 월 5만엔(70만원)부터 월158,000엔(220만원)까지 받는 금액도 다양합니다. 어떤 장학금은 2년간 지급하는 장학금도 있고, 어떤 것은 1년만 지급하는 것도 있습니다. 학부생이냐 대학원생이냐에 따라서 금액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각 장학금마다 모집인원까지 다릅니다. 어떤 것은 학교별로 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일본 전국단위에서 모집하는 장학금도 있습니다. 장학금 하나 제대로 받으면, 웬만한 로또는 부럽지도 않습니다.(물론 고액 장학금을 받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치열한 장학금 심사 

학교마다 장학금 신청의 세부 절차나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6개 학교에 재학하는 한국인 유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틀은 비슷합니다. 쿤이 다녔던 학교와 지금 다다다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장학금 신청을 하고 있기에, 두 학교를 기준으로 올려보니다.

일본 대학의 장학금에는 종류도 많고, 금액도 다양하지만, 받는 유학생의 비율은 약 20~30% 정도입니다.(수업료 면제는 별도입니다.) 게다가 특정 장학금이 심사에 들어가면, 다른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게되기 때문에, 장학금 신청은 눈치 작전을 방불케합니다. 정말 치열하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학금 신청서에 기입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기도 합니다.

 장학금 신청사유서의 황당한 이유 

장학금 신청하다 보면, 신청 사유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고,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성적 이외의 점수를 생각해서 나름대로의 이유를 적어냅니다.
한국인 학생들은 집안의 경제적 상황을 이야기 하거나, 일본유학의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중국인 친구들 중에는 극한적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가 나셨다고 하는 친구, 아버지 지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셔서 학업이 어렵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장학금 심사 때마다 입원하신답니다.^^ 그래도 성적이 우선시 되기 때문에 받을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일본어 학교의 장학금 

최근 일본에 있는 일본어 학교에는 학생 유치 차원에서 각 학교별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학교가 늘고 있습니다. 동생이 다니던 일본어 학교에서도 2008년도에 1년간 월 5만엔(약 70만원)의 장학금 심사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쓸까 고민을 하는 동생을 보고, 중국인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쿤   : 어머니 병원에 입원하셨던 거 써..
동생 : 에이~ 그거는 잇몸이 곪아서 수술 때문에 열흘 정도 입원한 거잖어..
  쿤   : 그래도 수술비는 장난 아니었어. 보험 아니었으면, 돈 꽤 나갔을 껄..?
동생 : 그래도 내가 돈 낸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걸 써~
  쿤   : 줘 봐봐. 내가 써 줄게...

며칠 뒤...

동생 : 형~ 장학금 면접 봤는데 말야.. 신청 사유서.. 형이 쓴거 너무 약했어.
  쿤   : 약하다니.. 무슨 말인데..?
동생 : 우리 반애들 중에는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쓴 애도 있어.
  쿤   : 정말 돌아가셨대..??
동생 : 아니,, 장학금 신청 사유서에서만이지..
  쿤   : 졌다..OTL

하지만, 결국 그 장학금은 동생이 받았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등의 나라에서는 자국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의 혜택이 많지만, 일본은 그 반대로 외국인에게 장학금을 많이 줍니다.(일본학생에게는 학자금 대출이 장학금, 외국인학생에게는 기부형식의 장학금)([일본유학/쿤의 일본 유학기] - 일본의 유학생 유치 정책에 감추어진 속내)
일본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비롯하여, 각종 기업이나 단체들의 후원으로 지원하는 장학금 등 종류도 많지만, 금액도 다양합니다. 일본 경기가 어려워져서 장학금을 받는 사람이 줄었다고는 해도, 받을 사람은 다~ 받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유학생을 하는 사비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 중에는 100% 성적만을 보고 주는 장학금은 많지 않습니다(100% 성적이라면, 면접이나 신청 사유서는 필요없을 겁니다.). 성적을 바탕으로 가정환경과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줍니다. 즉, 공부 잘한다고 장학금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장학금 받고, 알바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년 등록금은 한국보다 당연히 일본이 비싸지만, 학비 감면제도와 각종 장학금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일본유학을 생각하시면서, "나는 공부 잘 하니까 유학가면 장학금 받을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셨던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잘하는 분이라 하더라도, 그런 분에게 제 의견을 말하자면, 대답은 "100%는 아니에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