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에서 한국 식당에 갔다가 뿔난 이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한국 식당이 달갑지 않다.

한류의 붐과 함께 우리 동네에는 한국 식당이 많이 생기고 있다.
도쿄나 오사카의 유명한 한인 타운 쪽은 한국 식당과 다를 바 없이 한국의 맛을 즐길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지역은 일본인이나 재일 교포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선지 그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우리 동네에 한국 식당이 많이 생기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반갑지 않은 이유는 "이거 정말 한국 식당 맞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맛에서 느끼는 배신감 때문이다. (T..T)
밥을 따로 시켜야 하고, 반찬값도 내야 한다는 것도 억울하지만, 여긴 한국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그려려니 한다. 그런데 한국맛의 그리움을 찾으러 가는 굶주린 한국인에게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무국적의 것을, '한국 요리' 라는 이름으로 내어 가지고 올 때면 화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선지 웬만큼 알려진 유명 한국 식당이 아니고서는 잘 안 가게 된다.

짠 감자탕에 숟가락을 놓다. 

한 3주 전의 일이다. 감기를 크게 앓고 간신히 기운을 차린 우리 부부는 너무 입맛이 없어서 뭐라도 먹고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한인 타운에 간 적이 있다. 일주일 내내 아무 것도 못먹겠더니 막상 '한국 식당'으로 간다는 걸 뇌가 인식해서인지..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가는 30분이 지루할 정도였다.

일본 친구에서 소개받은 한국 식당에 가서 감자탕을 주문했다. 그런데,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었다. 감기로 둔해진 내 혀조차 그 짠맛에 놀란 듯 했다. 대접으로 물을 3번 넣었지만 맛의 변화가 없었다. 따끈한 국물을 원했던 우리는 국물은 먹지도 못하고 별로 살점이 붙어있지 않는 뼈 몇개만 골라 먹고는 숟가락을 놓았다.

이어 인근 다른 한국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잡채, 자장면, 족발을 시켰다. 이 집도 맛이....별로였다.

경악 수준의 족발..그리고 한국 식당 주인의 태도

내가 경악을 하고 말았던 건...족발이었다.
족발은 이제 막 삶은 듯이 김이 모락모락 나고, 돼지 발가락만 대충 잘라놓은 엉성한 모습으로 '족발'을 좋아하는 나조차 혐오감을 주는 형태였다. 식히지 않았기에 육감은 쫄깃하지 않고 물컹했고, 한 입 물자 노린내가 났다. 게다가 소스는 초고추장 뿐이었다. 시켜놓았으니 아깝고 식혀서 먹으면 맛이 낫겠거니 싶어서 포장을 부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하고 식당을 나가면서 쿤이 재일 교포로 보이는 주인에게 한마디를 했다.

족발 말인데요. 보통은 차게 먹는 음식이니까 식혀서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 왈,

우리는 손님에게 절대로 찬 음식은 내지 않습니다

주인의 핑계가 참 우습다. "그럼 냉면은 뭘까? 아주 냉면도 펄펄 끓여서 내어 오시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족발도 충분히 조리를 한 후 식혔다가 살짝 따뜻하게 데펴 먹는 것은 꽤 맛이 좋은 걸로 알고 있다. 제대로 조리된 족발은 따듯하게 먹어도 맛있지만 저렇게 냄새나는 족발은 식히지 않으면 못먹는다.

나중에 보니 일본인 사이에서도 맛이 없기로 이미 판명난 한국 식당이었다. 
(일본 친구들이 한국의 돼지갈비나 불고기를 좋아하면서도 족발은 잘 모르고, 간혹 한국식당에서 족발을 먹어본 일본 친구가 족발은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화가 나서 일본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친구가 나름 위로를 해줬다.

일본은 원래 돼지 뼈나 족발은 먹지 않아. 그런데, 유일하게 돼지의 모든 부위를 먹는 곳이 있어.
오키나와라는 곳이지. 일본에서 족발하면 오키나와 요리로 알려져 있는데 졸여서 따뜻하게 먹어.
아마 한국식 족발을 오키나와 식으로 한 게 아닐까? 하지만, 주인 태도는 좀 웃기다. 블로그에 써버려.ㅋㅋㅋ

일본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내가 먹은 것은 분명 오키나와 족발(톤소쿠-테비치)은 아니었다.
단지 거부 반응이 들던 그 형태와 식히지 않는다는 점만 닮아 있었다.


내가 아는 재일 교포 3세 청년이 이번에 저 한인타운에 한국 식당을 냈다. 한국 본연의 맛이 제대로 표현되고 있는지 와서 시식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요리 담당하는 사람이 한국을 모르는 일본 사람이라는 말에, 한국인을 고용하든가 한국에 직접 갔다오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로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