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부재중 배달을 미안해하는 일본 택배아저씨

택배!! 참 말 많죠?
10일 전 쯤에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택배 직원은 황야의 무법자"라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뉴스 내용은 택배의 어이없는 불성실 배달이 주된 내용이더군요.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사례1>
(전화로~)집 앞에 왔으니까 문 열어 주세요~
지금 집에 사람이 없는데요, 나중에 다시 와 주실 수 있으세요?
바쁘니까 놓고 갑니다. (전화 끊음)

<사례2>
집 앞인데 문 좀 열어달라는 택배아저씨 말에, 주인은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사오기 전 주소로 주문을 한 것 같아서 전화를 했더니, 택배 아저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게 정말 한국의 택배야~?" 하는 의구심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대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소비자의 불만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택배로 보낸 물품을 제대로 받으려면, 택배아저씨 비위도 맞춰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택배문화를 곰곰이 생각해 보려는데, 다다다가 생각하지 말고 이 참에 직접 경험해 보자며, 인터넷 쇼핑을 시작합니다.(캑..!!! 누가 들으면 택배배달 못 받아본 사람으로 알겠다..)
마침 학교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 줄이 끊어졌다며, 싸구려 가방 하나만 사자고 합니다. 가방을 보니 사야될 때가 지난것 같아서 같이 골랐습니다.(아~~ 포스팅을 빙자한 충동구매~!  이렇게 끌려가면 안되는데...쩝!!)

                                                   정상적인 손잡이 연결                                                   끊어진 손잡이를 다다다가 임시적으로 연결

들고 다닐 때, 가방의 연결고리 모습 (어딘가 좀 엉성하네요)

이렇게 해서 가방을 주문하게 됐고, 택배 배달이 오게 됐습니다. 초저녁에는 다다다가 집에 있는 관계로, 도착시간은 저녁 6시 이후로 했고, 도착 예정일은 주문을 하고 나서 4일 정도 뒤로 잡았습니다(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던 관계로).

택배는 예정된 시간에 왔습니다(미리와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다다다가 잠깐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간 사이에 왔다갔더군요.. 집에 사람이 없어서인지, "부재중 배달로 재배달 신청방법"을 우편함에 넣어 놓고 갔습니다.

배달 부재중 (빨간 테두리 안에 배달시간이 정확히 18시..)

080 으로 시작하는 기사분의 폰 번호도 적혀져 있어서 20시까지 전화하면 당일 재배달 가능하고, 수신자 부담 전화(0120-xx-xxxx)나 인터넷으로 원하는 날을 지정하여 재배달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시간을 보니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던지라 전화를 했습니다. 곧 오겠다는 분이 10분 지났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벨이 울었는데, 다다다는 씻고 있었고, 쿤은 작은 볼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아저씨~ 참~~!!!! 타이밍 못 맞추시네...). 볼 일을 끝내고 나가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맨션 아래를 내려다 보니, 택배차가 있습니다. 다시 기사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금방 올라 오겠답니다. 
1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40세 정도 되시는 분이 상자 하나를 들고 밝은 얼굴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첫 마디가 뜻 밖입니다.

사람이 없을 때 두 번이나 배달해서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시간까지 설정해서 배달을 시켰는데, 그 시간에 잠깐 자리를 비워서 세 번이나 오시게 한 저희가 죄송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세요~ 그래도 오늘 중으로 배달을 하게 되서 다행입니다. 이게 주문하신 물품이구요, 여기에 도장 좀 찍어주세요...
싸인으로 하면 안 될까요?
싸인하셔도 되요,, 여기 볼펜 있습니다.
(쿤 싸인) 여기요...
예~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배달하실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세 번 만에 배달된 다다다의 가방

씻고 나온 다다다에게, 씻는 사이에 가방이 배달 됐다고 하자, 다다다가 한 마디 한다..

아저씨 화났지?
화는 안 났는데, 미안하대..
뭐가 미안하대?
없을 때 배달와서 재배달 시킬려고 신경쓰이게 해서 미안하대..
정말?? 하긴 지난 번에 한국에서 김치보낼 때도, 15키로 넘는 걸 재배달 시켰을 때도 낑낑대며 가져오면서 하는 말이 "아우..무겁네요~ ^^;;" 하고 말더라..

어떠세요..??
이런 제가 "황야의 무법자"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정말 한국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는 이유를 아시겠어요??

더불어 저는 일본에서 우체국 우편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편지 한 통을 보낼지라도 택배로 보냅니다. 이유는 택배 아저씨가 편지를 받으러 집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배달 요금은 일본 전국 80엔으로 균일이라는 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수신자 부담 전화에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전화요금만 100엔이 넘게 나옵니다. 택배 회사로서는 편지배달을 기피할 만도 한데, 단 한 통의 편지라도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가지러 온다는 것입니다. 또, 택배배달로 가기 때문에 등기우편물 취급을 해 줍니다. 그래서 우체국 보다는 택배 우편물을 신뢰합니다.

- 부재중이니까 아파트 경비실에 놓고 간다구요???
- 바빠서 다시 배달을 못 하니까, 현관 문 안 쪽에 놓고 가겠다구요???


말도 안 됩니다. 그런 말과 발상 자체가 택배(宅配)라는 말뜻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택배 기사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한국의 택배 현황을 모르면 말을 하지 말라고 하시겠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택배업체...그로 인해 저렴해지는 배달가격...배달 건수에 비례하는 수입...
이 모든 악조건을 "살인적인 배달환경"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물론 의뢰하는 분이 빨리 받고 싶은 마음에 경비실에 맡겨달라는 분도 계시고, 집에 놓고 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택배는 서비스업이라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배달을 의뢰하는 이상, 의뢰 물건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배달을 하는데 있어서 소비자의 마음을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택배 기사분들의 안전운전과 친절/봉사의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 불만 0 (제로) 가 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