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일본을 다니다

140년 전통을 달리는 일본의 봇짱열차를 아시나요?

일본어에는 '坊ちゃん(봇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말하자면, 사극에 등장하는 '도련님' 정도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 '도련님'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자면, 나이는 10세 이하의 남자 아이로 고생을 모르고 귀하게 자랐고, 온갖 장난기로 똘똘 뭉친 말썽쟁이가 생각납니다. 일본어의 '坊ちゃん(봇짱)'도 같은 이미지이랍니다.(물론 지금은 한국어의 도련님이나 일본어의 坊ちゃん(봇짱)은 옛날 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만큼 쓰여지지 않는 말이란 뜻이겠죠.)
그럼 "봇짱열차"라고 한다면,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짐작이 가세요~~?
크기는 작은 것이 자기도 열차라고 요란하게 달리는 꼬마 열차랍니다.
오늘은 일본 에히메켕(愛媛県) 마츠야마시(松山市)를 활보하는 140년 전통의 꼬마열차 봇짱을 소개하려합니다. 

꼬마 봇짱 열차는 1888년에 개통되었지만 1954년에 역사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다 2000년 초반에 두량짜리 열차로 복원되게 됩니다. 이 열차는 특히 일본의 유명한 대작가 나츠메 소세키의 성장소설 「봇짱」 이라는 소설에서 성냥갑 같이 생겼다고 묘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복원된 뒤에도 그 인기는 이어져서  봇짱 열차를 타고 메이지 시대를 경험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늘 북적입니다. 단순히 봇짱이를 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의 흔적을 통해 그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서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두어 시간이면 다 돌아볼 정도로 작은 마츠야마의 시내 관광은, 봇짱을 타고 도고 온천 에 내려 몸을 푸는 것이 수순입니다. 도고 온천은 백로가 상처입은 발을 담그자 씻은 듯 나았다는 설, 그리고 지금도 천왕이 와서 목욕을 하는 곳이라고 해서 매우 유명한 곳이죠. 저희도, 일본에서 많은 온천을 방문했지만, 유명세에 비해서는 그다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오랜 세월의 흔적때문이겠지요. 그런데도 온천 안팎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온천 내부에도 나츠메 소세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고 보존되어 있으니까요.

나츠메 소세키의 흔적을 찾아 마츠야마를 방문하고자 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마츠야마의 위치부터 알려드립니다. 마츠야마는 일본의 본토가 아닌 시코쿠(四国)라고 하는 섬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직항편의 비행기가 운항되고 있답니다.

                                                                                                           에히메켕의 마츠야마시의 위치


봇짱열차입니다. 보기에도 정말 작은 열차입니다. 나츠메 소세키의 성냥갑같이 생겼다는 묘사가 정말 딱이죠?

                                                           전체 몸집은 버스보다도 작고, 기관차는 놀이동산에 있는 장난감 같아요.. 

                                                                                  그래도 기관사 두명은 거뜬히 탄답니다..

                                                                                    봇짱이 나가신다.. 비켜~~

차량 내부로 가 보실까요.

 

                                                                                    봇짱열차의 내부

사진 바로 앞 왼쪽에 있는 미모의 아가씨가 사진의 반을 가렸네요.(다다다 아님) 열차 내부에 있는 백열등과 차장 아저씨를 보세요~ 타이머신을 타고 1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참, 열차를 타면서 볼 수 있는 마츠야마 성을 찾는 묘미도 잊지 마시길...여름은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덥고 자전거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답답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겨울은 아주 따뜻해서 기분좋은 바람을 만끽하고 열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봇짱열차의 가장 큰 볼거리는 종착역에서 턴하는 장면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수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한 시간에 한번만 달리는 봇짱이를 타거나 혹은 봇짱이의 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영상으로 보고 싶으신 분은 클릭~!~!



  <봇짱열차 턴 장면>

환경보호 차원에서 증기 기관차에서 디젤 기관차로 바뀐 것 이외에는 140년 전통을 이어 메이지 시대 전통 그대로 지금도 달리고 있답니다. 한 때는 문화재 보호라는 이유로 박물관에 전시됐던 시기도 있었으나, 마츠야마시의 관광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등장했고 지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하네요. 전통을 찾아 복원하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그 구석진 지방 소도시에 북적이는 일본 관광객들을 보면서 다소 부럽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복원되어도 그것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없는 것이니까요. 

1회 탑승 요금은 300엔입니다. 500엔짜리 1일권을 끊으시면, 봇짱열차 1회 탑승과 같은 선로를 달리는 노면전차의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답니다. 저희는 작년과 올해 이렇게 두번 다녀왔는데 봇짱이 열차의 기관사와 차장이 안 바뀌고 똑같더군요.

일본 마츠야마시에 놀러 가시게 된다면, 봇짱열차에 필히 탑승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