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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이 결승에 오르기를 바라는 이유

한국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오늘(18일 목요일) 첫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19일 하루만 일 하면 또 징검다리 휴일(23일 화요일:문화의 날)이 이어지는 일본입니다.)
회사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먹다가 너무나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화제는 "아시아 경기대회(아시안 게임)"...
지난 주말부터 17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아시안 게임을 만끽한 쿤과 다다다...
방송을 보면서 같이 흥분하고, 박수치고, 긴장했던 순간들이 조금 전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박태환이 3개의 금메달을 따고, 축구는 중국에게 공한증을 다시 심어주고, 베드민턴, 배구, 헨드볼, 유도, 등을 보면서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됐던 시간이었답니다.
물론 그 흥분은 가슴 속 깊이 남아있던 터라, 쿤은 점심을 먹으면서 동료들에게 아시안게임 이야기를 꺼냈답니다...

   쿤   : 요즘 아시안게임, 정말 재미있어요..
직원1 : 아~ 중국 광주에서 하는 거..??
직원2 : 아시안 게임 해요~??

   쿤   : 몰랐어요~?? 이번에도 한국이 종합 2위할 거 같아요..
직원1 : 일본 선수들은 승부욕이 없어.. 이기겠다는 열망이라 할까..?
직원2 : 나름 열심히 하는데, 더 잘하는 사람이 한 두명 더 있을 뿐이에요~ 일본은 은메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직원1 : 한국 선수들은 병역해택도 있고, 포상금에 연금도 나온다고 하니까, 죽어라 하는 거 같은데, 일본은 당근이 없으니
           출전에 의의를 두는 선수도 많을거야...
   쿤   : 국위선양이라는 것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명예도 되니까요.
직원2 : 일본은 지상파 방송 조차 안해주니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것 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을거에요.
직원1 : 쿤은 뭘로 보는데...???
   쿤   : 저야 한국에서 보고 왔죠..
직원2 : 쿤의 아시안 게임도 끝났네요..ㅎㅎ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제(17일) 일본으로 돌아와서 아시안 게임 중계를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올림픽과 월드컵도 부분적으로나마 중계방송은 해 줬는데, 설마~~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을 먹었답니다. 그리고 정시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방송편성표를 봤습니다.

'아시안 게임... 아시안.. 게임... 아.시.안.. 게..임......................... 헉..!! 밤 12시 45분부터 하일라이트 2시간..(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그렇습니다. 일본의 지상파에서는 아시안게임을 밤 12시가 넘어서 2시간 동안만 편집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다다다도 오늘 하루 종일 티비 체널을 이리돌리고 저리돌리면서 "왜 중계방송을 안 하지~맨날 이래"하면서 투덜거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한국에서 우연히 본 곰티비의 아시안 게임이 생각났는지 신나서 틀더니 '한국 이외에 지역에서는 방송되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스포츠도 못보는 일본은 살 곳이 못된다'면서 입이 쭉 나왔네요. 

일본의 올림픽 중계를 살펴보자면, 아시안 게임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 편입니다. 일본의 전경기가 아닌, 중요한 경기 몇 개만 엄선하여 보여주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국이 결승에 오르는 경기라면, 일본도 결승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일본이 똑 떨어지면 볼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 부부는 한국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이 결승까지 가기를 기도합니다. (흑흑) 슬픈 기도 끝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한일전을 보게 된다해도 한국에서 경기를 보는 것과는 좀 다른 상황이 연출되지요. 스포츠 아나운서와 같이 흥분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아나운서가 흥분하고 좋아하면 우리 부부는 한숨 푹~! 아나운서가 '이거 좀 불길해요', '아..이 순간이 제일 싫어요', ' 아쉽네요' 라고 하면 우리 부부는 기분이 업되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월드컵의 경우, 예선전부터 결승가지 총 64경기가 열립니다만, 일본의 지상파는 64경기중 44경기만 중계를 합니다. 나머지 20 경기중에는 예선이 결승전인 경기도 많은데, 그 경기까지 보고 싶으면 케이블을 달아라~ 라는 뜻인지 정말 안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의 전경기 중계와는 너무도 다른 양상입니다.)

아시안 게임이 앞으로 10일정도 더 남았다고 들었습니다만, 쿤과 다다다의 아시안 게임은 일본으로 돌아오는 순간 끝나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19일의 일본 오사카의 TV 방송 편성표를 첨부합니다. 일본어를 모르시는 분들도 2010 광주(広州)라는 한문을 찾아보세요~~ 답은 밤 12시 45분부터 2시간 동안 NHK 에서 하일라이트 방송이 편성되어 있답니다.(빨간박스..기가 막히죠?)  그나마 보여주는 것도 일본이 결승에 오르는 몇몇 경기 뿐이지요. 우리 부부가 왜 그토록 일본이 결승에 올라 한국과 싸우기를 바라는지 이해가 되시는지요? (물론, 일본의 경우 딱 결승까지만 가기를 원할 뿐입니다. 한국과 붙는 경기에서 그 이상은 곤란하죠~~ㅎㅎ) 이것이 일본 스포츠 중계의 현실이자, 그런 일본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우리 부부의 현실입니다. 에휴~~
(일본아~ 힘내라~ 그래야 하일라이트라도 본다)

<일본의 2010년 11월 19일의 텔레비젼 방송편성표 : 숨은 아시아 경기대회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