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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한국과 일본에서 '사랑한다'는 말의 차이

한국에서 정신없는 4박 5일을 보내고, 본래의 생활로 돌아온 쿤과 다다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정이었지만, 쿤과 다다다는 한국을 다녀오면서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이야깃거리를 한 보따리 가지고 왔습니다. 추후 쿤과 다다다의 유학기를 곁들여가면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를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 하나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사랑한다"는 말에 감추어진 한일 양국의 문화차이입니다.

한국에서의 "사랑해~"

"여보~ 사랑해~"
"아빠, 사랑해요~~"
"누구누구야~ 사랑해~~~"


위에 있는 사랑한다는 말은 부부 간에, 부모자식 간에, 연인 간에 흔히 오고가는 사랑표현 방법입니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리워 하는 마음을 알기 쉽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사랑한다는 말에는 영어의 "love"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선생님~~ 사랑해요~~"
"(동성 간에) 친구야, 사랑해~~"


위에 있는 말은 "love" 의 의미보다는 존경과 우정을 나타내는 말이 됩니다.

(광고)      사랑해요~~ 사랑해요~~ 알지~~ㅋㅋ
(접대용)  저는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사랑합니다.


같은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완전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죠.

이와 같이 한국에서의 사랑한다는 말은 남녀노소 구별없이 폭넓고,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특정인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불특정 다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만큼 한국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의 "사랑해~"

일본 사람들은 사랑한다(愛してるよ)는 말을 잘 안 합니다. 한국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을 1년에 100번 정도 한다고 하면, 일본 사람들은 1년에 5번쯤 할까 말까 랍니다.(한국 사람의 1년 100번은 서양 사람들의 일주일치 분량이라는 거 아시죠??) 일본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好きだよ)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물론, 그 좋아한다는 말에는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가 포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횟수가 적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일본 사람들의 사랑한다는 말은 한국과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동성간에) 친구야, 사랑해~~"

(광고) 사랑해요~~ 사랑해요~~ 알지~~ㅋㅋ
저는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사랑합니다. (접대용)


한국에서는 존경과 우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일본 사람들은 쓰지 않습니다. 물론, 광고나 접대용 멘트로도 사용되지 않는답니다. 부부 간에, 부모자식 간에, 그리고 연인 간에는 가~~~끔 쓰는 경우가 있지만,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면 할수록 가치가 하락한다'(좀 나이드신 분들이 자주 핑계삼던), 혹은 '뭔가 찔린 게 있는 게 아닐까 오해받을 수 있다', 심지어 '너무 자주 말하면 좀 짜증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사랑한다는 말은 어색하고 불편한 말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랑한다는 말에 사레 걸린 일본 사람

어제 한국에서 일본으로 들어올 때, 일본 도시의 저녁 야경을 비행기 안에서 보자며, 쿤은 오후 늦은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80kg이 넘는 짐을 가지고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티켓팅을 하고 탑승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 들어서서 짐을 풀고 자리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시간을 때우는데, 비행기가 문을 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휴~ 이제 내년 5월 쯤에 다시 오겠구나~~) 그리고 기내 안내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내방송>
"(한국어)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하는 XX 항공입니다."
"(일본어)여러분 사랑합니다(皆さん、愛しております). 여러분과 함께하는 XX 항공입니다."


"皆さん、愛しております"라고?? 그렇습니다. 한국어로 하자면, "여러분 사랑합니다~" 로 해석됩니다.
이 멘트가 비행기 스피커를 통해 방송되었을 때, 제 앞 자리에서 물을 먹던 50대 일본 남성이 갑자기 켁하고 사래에 걸리고 말았답니다. 그리고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기침을 하였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나서 한다는 말이 "아니~ 왜 갑자기 우리를 사랑한데??" 라는 말이었답니다. 동시에 여기 저기에서 깔깔대며 웃으며, "여러분을 사랑한데~~ 그럼 도대체 사랑하는 사람이 몇명이야~"라는 일본의 20대 처자들, "저 여자가 사랑한다는데, 당신 뭐 찔리는 거 없어?"라며 남편에게 딴지를 거는 일본 아주머니...
승무원의 "사랑한다"는 기내방송 한마디에 일본 사람들은 한동안 술렁거렸답니다. 이유는 문화의 차이죠. 한국에서는 포괄적으로 사용되는 '사랑해~'라는 말이 일본어에서는 부부나 연인의 일부 제한된 관계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이죠. 그런 일본 사람들이 기내방송을 들었으니, 기가 찰 수 밖에 없었겠죠?? 그러다 보니,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해~~"
말은 짧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포근하며,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듯 기쁨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말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 말에 함축된 의미는 무한한 의미와 느낌 감동까지 줄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매일하지 못하는데다 최근에는 다다다의 "사랑해?? 얼만큼??" 이라는 추궁을 들어야 겨우 입술을 움직이는 쿤입니다만, 그런 제 눈에도 일본인들은 '사랑한다'는 말에 참 인색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다다가 그럽니다.
 
"일본 남자랑 결혼 안해서 다행이다." 라고요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는 양국만의 톡특한 문화가 있고, 문화에는 정답이 없으니,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