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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에서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해보니...

쿵...!!!
2010 년 8월 15일(일) 오후 4시 05분...
시내 중심에 볼 일을 보러 나갔다가 접촉사고를 당했습니다. (쿤의 차량은 피해차량이었죠.)


<사고상황>
오른쪽 사진처럼 쿤은 골목길 오른 켠에 차를 세우고, 다다다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5분 쯤 되었을려나.. 쿤의 차량이 쿵!!!하는 충격에 심하게 흔들렸답니다. 차량에서 내려서 확인을 해 보니, 왼쪽의 빨간색 승용차가 후진을 하다가 쿤 차량의 왼쪽 뒷 범퍼를 들이 받은 것이었습니다.(흐미, 차 바꾼지 4개월인데~~) 쿤은 잽싸게 경찰서와 보험사에 전화를 했고, 상황을 남겨두기 위해 사진촬영을 해 두었습니다. 5분 쯤 되었을 때 50cc 오토바이를 탄 40대의 경찰 한명이 왔고, 면허증, 차량등록증, 보험내용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정황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경찰  : 은색 차량은 저기에 주차되어 있었고,,,
   쿤    : 주차가 아니라 정차인데요...
  경찰  : 어? 아! 그래, 정차.. 차 안에 사람이 있었으니까, (메모하면서)정차해 있었고, 빨간색 차량이 후진을 하다가 들이박은 거죠? 
가해자 : 들이박은 건 맞는데 왜 차를 저기에 세웠는지 모르겠어요..
   쿤    : 아주머니.. 이 길은 "주차금지" 구역이지 "정차금지" 구역은 아닙니다.
            차를 어디에 정차를 하든 주차가 아닌 이상, 과실 책임은 물을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차 안에 있었으니까,
            '차를 세웠다가' 아닌, 차를 정차했다는 표현을 해 주시겠습니까? 또, 시동도 결려있는 상황이었답니다.
  경찰  : (도로교통 표지판을 확인하더니) 쿤 씨 말이 맞네, 여기는 주차금지 구역이지, 주정차금지 구역은 아니네요.
            사람이 차 안에 있었고, 시동까지 걸려있었다면, 주차가 아니라 정차예요.
            제가 보기에는 가해자의 100% 과실로 봐야 할 거 같은데요, 자세한 내용은 보험사를 통해서 합의를 보시죠.
가해자 : ......

일단 경찰의 눈으로 정차사실을 확인하였고, 경찰은 사고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보험처리를 할 것인지, 사비로 처리를 할 것인지를 물어봤고, 보험처리를 희망하기에 저희 쪽 A보험사에 연락을 해 두었습니다. 우리 쪽 A보험사는 상대가 100% 과실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우리쪽에서는 보험해택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과, 혹시라도 상대가 말을 바꾼다면 이쪽에서는 변호사를 고용해 드릴 수 있다는 답변도 같이 왔답니다. 그리고 견적을 뽑기 위해 바로 H사의 대리점으로 갔습니다. 견적을 뽑고 있는데 상대방의 S보험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 사고를 책임질 누구라며 신분을 밝혔고, 가해자를 대신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과 이번 사고에 대해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이 순간 이후로 자기하고만 이야기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기에 그에 대한 답변은 할 수 없다고 했고, S보험사도 저의 말 뜻을 이해했다고 했습니다.

사고처리 구조

차량견적과 수리

쿤은 사고 직후 차량을 가지고 구매한 H대리점으로 향했습니다. 차량 딜러는 반년도 안 됐는데 어쩌다가~ 라는 말을 하면서 정황을 파악하고는 처음과 같이 완전복구시켜 놓겠다면서 견적을 뽑았습니다. (참고로 차량대리점에서 수리를 하면, 다른 영세업체보다 수리비용이 더 많이 나옵니다.) 견적비용은 12만엔(160만원)..켁!! 차량구매비의 11분의 1 가격이 나왔습니다. S보험회사에 H대리점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그 뒷 일은 모릅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차량이 깔끔히 수리되었고, 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S보험사와 H 대리점으로부터 수리비용이 결제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H대리점으로부터 수리 보고서도 같이 왔습니다.

렌트차량제공

S보험사는 쿤의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수리기간에만 차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차장은 하나인데 차가 두대 있어봐야 소용도 없었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고, H대리점에 차를 맡기겠다고 하자, 몇월 며칠 몇 시에 맡길 것 인지를 물어보았고, 시간대를 알려주자, 그 시간대에 비슷한 차량을 가져다 놓겠다고 했습니다. 차량은 예정대로 와 있었고, 수리완료기간까지 대여이며, 렌트카 보험내용의 전화설명이 있었습니다.

병원진단

S보험사가 끊질기게 매달린 부분입니다. 차량사고였고, 사람이 차에 있었던 관계로 몸에 이상이 없더라도 병원진단을 꼭 받으라는 강제적인 요구였습니다. 병원은 지금 살고 있는 현(縣 : 한국의 道) 내에 있는 병원이라면 제가 가고 싶은 어느 병원이라도 상관없으며, 가고자 하는 병원의 연락처와 가는 시기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괜찮다고 전화를 끊었으나 하루의 한 번 꼴로 전화가 5일 정도 왔기에 결국 병원에 갔답니다. 진단을 받고 이상없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S보험사에서는 교통사고이기 때문에 한번 더 가서 정말 이상이 없다는 확인서 또는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갈 시간도 없고, 귀찮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서명을 요구하는 서류가 날아왔습니다.


손해배상

S보험사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비용을 지불할 의무가 있다는 연락과 함께 보상 내용이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본 보상이 끝나면, 가해자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받아갔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 처럼 보였답니다.

S보험사에서 보내온 보상내용과 통장으로의 입금
<보상내용>
병원치료비 : 4,150엔(약 6만원)
통원교통비 : 60엔 (왕복 4km, 차량이동)
상해위자료 : 8,400엔 (약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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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 : 12,610엔 중 병원치료비를 보험사에서 지불했으므로 지불금액 8,460엔이 통장으로 입금됨...
         (이럴 줄 알았으면, S보험사에서 병원 한 번 더 가라고 사정을 할 때 순순히 가는 건데...ㅋㅋㅋ)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일본의 교통/접촉사고 손해배상 문화

보험사의 배상처리는 비교적 순조로웠습니다. 다만, 사고가 나서 사고 처리가 끝나는 데까지 약 두달 남짓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 과정에서 가해자를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만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고 이후 견적을 뽑을 때, 가해자로부터의 연락은 일절 없었으며, 사고 처리가 끝난 뒤에도 가해자 당사자로부터 미안하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답니다. 가해자의 얼굴을 본 날은 사고 당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한국에서 접촉사고의 경험이 없었던지라 한국의 사고처리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해보니, 모든 사고처리를 보험사에 맡겨버리고, 당사자는 쏙~ 빠져버리는 접촉사고 처리과정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배려나 미안함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왠지 모를 씁쓸~한 뒷 마무리였습니다.
(친절? 배려? 다~ 어디로 간 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