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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 여자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군대란....

 /-.-  (충성!!  병장 누구누구는 199x, x, x 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이하 생략)
 
그렇다. 군대는 신고로 시작해서 신고로 끝난다고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는 아니지만, 대부분 군대를 경험한다. 군대는 좋든 싫든 돈없고 빽없고 몸 건강한 남자라면, 싫어도 좋아도 행해야하는 의무이다. 필자도 1995년 12월에 입대하여 1998년 2월까지 원기왕성한 20대 초반을 군대에서 보냈다. (96년 2월은 29일까지 있었던지라 남들보다 하루 더했다는 불운도 경험했다.)
그리고 제대를 했지만, 노는데 정신 팔려서 복학시기를 놓쳐버렸고, 1년이라는 시간을 놀리게된 상태에서 그 시간을 유용히 써 보고자 일본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그게 13년이 될 줄이야...ㅋㅋ

군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남자를 처음 만나는 일본여자일수록 군대에 대한 호기심은 높다.
눈을 초롱초롱 뜨고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끊이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정말 다 가야 돼요?
군대 안 가고 숨어버리면 어떻게 돼요?

아침에 늦잠 자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요?
여자친구 만나러 나갈 수 있어요? 

(군대가 무신 대학의 MT인줄 아나~~~~)
질문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이 친구들(일본사람)의 남자 친구들은 군대를 가는 사람이 없으니 그 호기심이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군대에 대한 한국 남자 특유의 허풍이 더해진다면, "한국 남자는 일본 남자와는 달리 패기가 있어~. 여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일본 남자랑은 달라.."라는 생각을 하는 여자들도 많다. 심지어 "한국 여자들은 군대 다녀온 남자들하고만 결혼할 것 같아요" 라고 약간의 환상을 가진 일본여자도 있었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한류스타가 하나 둘 군대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는 군대간 남자를 기다리는 한국 여자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군대 다녀온 남자보다 군대 이야기에 더 박식한 한국여자를 따라오려면 멀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랴~~~)


군대 월급에 놀란다

쿤은 제대 마지막 달의 군대 월급이 얼마였는지 정확히 기억한다.
13,300원...캬~~
지금은 병장기준으로 10만원(7,000엔)을 전후한다고 하는데, 12년 전보다 8배정도 올랐다.(세상 물가도 8배 올랐을까~~??)
일본 여자들에게 지금의 군대 월급이야기를 들려주면, 일당이 아니라 월급이냐는 말에 놀란다. 하지만, 내가 병장이었을 때는 13,300원(1,000엔) 이었다고 말해주면, 그건 자기 알바의 시급이라면서 놀린다. 

일본 여자들은 한국 군대가 의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의무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는 것 같다.


일본에 지에타이가 있으면서도 한국의 군대를 특별하게 여긴다

한국에 군대가 있다면, 일본에는 지에타이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군대가 의무인 반면, 일본의 지에타이는 지원제다.
일본의 여자들은 한국의 군대에는 흥미를 갖는 사람이 많지만, 일본의 지에타이에는 그다지 큰 흥미를 갖지 못한다. 이유는 일본의 지에타이(自衛隊)라는 말로 말장난을 하자면, 分がい隊(분가 라이 타이:지들이 잘났다는 애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에타이 출신들은 확실히 어딜가도 티가 난다. 같은 군대를 나와도 해병대는 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나도 지에타이 출신과 대학원 연구실에서 같이 공부를 했지만, 그리 좋은 기억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일본의 지에타이는 일반 급여를 받는 직업 군인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군대는 시급 또는 일당만 받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당당하게 가는 점이 꽤 믿음직스러운가보다.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박력있고 희생정신이 강하다고 본다. (사실은 의무인데 말이다~)
실제로 한국 남자와 일본 남자들이 모여 있으면, 한국 남자가 좀 더 주도적이고 즉흥적으로 강하게 움직이다보니, 그건 다름아닌 군대가 만든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군대 유머를 해도 못 알아 듣는다.

한국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남자친구의 이야기가 세가지 있다고 한다.

1. 군대 이야기.
2. 축구 이야기.
3.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최악이란다.)

물론 이제는 통하지도 않는 유머지만..한국에서 이 유머가 꽤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여자들은 "정말 그래, 정말 그거 짜증나~!" 라면서 박수를 치며 공감해주었지만, 일본 여자들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말하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일본 여자들 역시 이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는 화제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까지야? 라는 반응이다. 그러니까 한국 여자들이 얼마나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에 시달렸으면이라는 생각보다 그 정도에 뭐 그리 민감해할까? 정도.  한국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가족(아빠, 오빠, 남동생, 친척 남자들)과 친구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군대 나온 남자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면 그때서야..아~ 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 여자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군대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군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한국 여자의 감정을 피부로 느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군대 때문에 고백받은 사연

쿤이 28살 때 이야기다. 7년 전이다.
"한일학생문화교류"라는 명목으로 2주에 한 번씩 한국 유학생과 일본 학생들의 정기적인 모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살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그 19살 아이 역시 군대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군대는 그 중 일부라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

그렇게 모임에서 만나서 운동회하고, 토론하고, 등산하면서 그 아이가 쿤의 집에서 전철 한 정거장에 산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는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쿤이 타는 오토바이에 태워 달란다. (당시 쿤은 400cc 혼다 steed 를 타고 다녔다.) 집도 같은 방향이겠다, 헬멧도 있겠다 싶어서 아무 생각없이 태워줬다. 집 앞에 도착했더니, 잠깐만 있으라고 하고는 100엔짜리 캔커피를 뽑아다 주더라~ 꽁짜가 아닌지라 고맙게 받아마시는데, 그 아이가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 (옴마야~~) 남자다운 모습에 반했다나..생각해보니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자전거를 고쳐주면서 고마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군대 나오면 이런 거 다 할 수 있어..군대에서는 일상이지..군대가면 애 낳는 거 빼고 다 할 수 있게 돼" 라는 나의 말버릇이 빌미를 제공한 것 같았다. (아무튼 너와 나 사이에 돈이 오고 간다면, 우리 원조인거 알지?) + (여자가 9살 연하인 남자와 만나면 능력이요, 남자가 9살 연하인 여자와 만나면 구속이라 했다.) 물론, 쿤은 구속되지 않았다..

<정리>
군대라 하는 것...!! 어찌보면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남자들은 군대생활 2년으로 평생의 이야깃거리를 얻는다고 한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로 흥분하며 열 올리는 이유를 다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일본 여자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군대, 그리고 군대 다녀온 남자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 같다. 패기, 책임감, 추진력, 판단력 등 남자다운 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한일녀(男韓日女) 커플이 여한일남(女韓日男) 커플보다 많은 이유 중에 군대도 있지 않을까 맘대로 추측해본다.